'깍듯하게 대하면 상대도 예의 차려'_‘존중해주고 예봉 피하는 전술’
상대를 높이는 것은 자신을 높이는 논리로 이용된다. 어떤 모임에서 주최자가 내․외빈들에게 “바쁘신데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한다. 이 말 속에는 모임 자체가 바쁜데도 와 줄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상대를 존중하면서 자신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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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어느 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피감기관 수장인 법원장은 국회의원들이 질의한 사항에 대해 일일이 “하문하신 내용은 이렇습니다…”라는 식으로 답했다. ‘하문’은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질문하는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법원장은 국회의원을 아주 깍듯하게 대하면서 국회의원들도 질의 시 피감기관에 예의를 차려달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상대를 우쭐하게 만들면서 날카로운 질문을 세련되게 막은 셈이다. 비판적인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비판하더라도 아주 점잖게 하도록 한 것이다. 예봉을 피하고 칼날을 피하는 방법으로 '예의.존중.깍듯'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볼 수 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동료 의원들에게 ‘존경하는 000의원님’이라고 한다. 이 말에는 실제 존경 여부와는 별개로 다른 뜻이 있을 수 있다. 자신도 ‘존경하는 000의원님’에 포함시키고, 상대방도 발언할 때 ‘존경하는 000의원님’이라는 말을 해 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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