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붙은 직책 업무 수행 쉽잖아 _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서울의 한 자치구 부구청장은 처신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의욕적으로 열심히 일하면 구청장이 ‘차기 지방선거에 나와서 자신과 붙으려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고, 업무를 대충 처리하면 ‘(부하 직원 등으로부터) 놀고먹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돌아올 것이 신경 쓰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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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구청장 뿐만 아니라 부시장․부지사․부사장․부원장.부사단장 등 ‘부’자가 달린 자리는 까딱 잘못하면 욕을 먹기 십상이다. 조직에서 2인자의 처신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장’의 견제 대상이 되고 부하 직원들이 늘 지켜보고 있기에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해야 한다. 이것이 때로는 ‘부’자가 붙은 사람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다.
‘부’자가 붙은 자리에 앉은 사람은 ‘장’의 지시를 충실하게 이행하면서 부하직원들로부터는 일을 잘 한다는 칭송을 듣는 게 본인에게 득이 된다. 조직 사회에서 2인자가 1인자에게 머리를 깊숙이 숙이는 것도 생존의 방법이다. 그렇지 않으면 3, 4, 5인자 등 그 이하의 사람들이 2인자를 치면서 그 자리를 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정당에서 소장파 의원이 당의 2인자급에게 1인자의 의중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 소장파 의원은 1인자에게 충성을 은근히 과시하는 수단으로 2인자를 활용했을 수 있다. 때로는 2인자가 약간의 잘못을 범해도 이를 크게 부풀려서 강하게 비난하기도 한다. 1인자는 소장파 의원을 겉으로는 나무라지만 속으로는 기특해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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