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이 어떠십니까?…피해자들에게 한 말씀 해 주시죠."
집행유예 선고 30여분 만에 법원 건물에서 나온 조현아(41)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고개를 푹 숙이고 기자들의 질문을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뒤에 선 수행원에게 작게 손짓하더니 아무 말 없이 기자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조금 전까지 입고 있던 옥색 수의와 흰 운동화 차림이 아니었다. 선고 직후 검정 카디건과 바지, 구두로 차림을 바꾼 그는 회사 측이 준비한 검정 승용차에 탔다. 차는 빠른 속도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143일 만에 누리는 자유였다.
22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조 전 부사장의 항소심 선고공판에는 취재진 60여 명 등 방청객 200명가량이 몰리며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법원 경비도 약 10명이 배치됐다.
재판 시작 직전 법정에 나온 조 전 부사장은 결심 공판 때와 마찬가지로 수의 차림에 뿔테 안경을 쓰고 나왔다. 머리는 가지런히 뒤로 묶었고 표정은 굳어 있었다. 방청석에서는 "더 수척해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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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는 한 시간가량 이어졌다. 조 전 부사장은 피고인석에 가만히 앉아 내내 고개를 푹 숙였다.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가 떨어지자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경직됐던 표정도 다소나마 나아졌다.
그는 재판장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고 나서 피고인석 옆에 앉은 대한항공 여모 전 상무의 손을 한 차례 잡았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법정을 나갔다. 방청석에선 조 전 부사장을 향한 박수와 함께 "반성은 했느냐"는 외침이 엇갈려 나왔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은 구속 피고인이 선고 직후 구치소로 이송돼 짐을 챙기고 다른 수감자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과 달리 조 전 부사장은 준비해온 옷으로 갈아입고 11시30분께 법원 밖으로 나왔다. 미리 집행유예 판결을 예상한 듯했다.
그가 법원 지하 출입구로 걸어 나오면서 취재진과 회사 측 관계자가 10여 분간 몸싸움을 벌이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은 자신을 막아선 취재진 앞에서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기도 했지만, 이윽고 자유의 몸이 됐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으로 상처를 입은 모든 분께 피고인을 대신해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상고 여부에 대해선 "아직 아무런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조 전 부사장은 뉴욕을 떠나려는 대한항공 여객기에서 승무원의 견과류 서비스를 문제 삼아 폭언·폭행을 하고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 게이트로 되돌리는 일)을 지시해 사무장을 강제로 내리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