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 홈피>
'일본 노벨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서 기조연설
"전쟁 경험 없는 아베, 역사 부정"
"일본은 아무리 사죄해도 충분하지 않을 만큼 막대한 범죄를 한국에 저질렀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인들에게 일본은 충분히 사죄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80)씨는 12일 오후 연세대 백양콘서트홀에서 연세대 창립 130주년을 기념해 열린 '연세-김대중 세계미래포럼'에서 작심한 듯 비판 발언을 쏟아냈다.
1957년 도쿄대 신문에 게재한 '기묘한 일거리'로 등단한 오에씨는 패전 후 일본의 암울한 시대상과 당시 젊은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에 담은 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1994년에는 패전 후 일본 사회의 불안감과 인간 실존 문제를 그린 장편소설 '만연원년의 풋볼(1967년 작품)'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쥐면서 일본의 역대 두 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됐다.
오에씨는 이날 '인간 감성의 미래'라는 주제로 진행된 포럼의 두 번째 세션 기조연설에서 "전쟁을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과거 일본이 얼마나 무서운 범죄를 저질렀는지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을 '전쟁 전후를 경험한 세대'라고 소개한 오에씨는 "외부의 비판이 있긴 했지만, 패전 후에 일본인들은 (전쟁에 대한) 반성을 한 적이 있다"며 "나의 사고와 감수성도 패전 후 5년 내에 전부 형성됐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 시기를 '가장 보기 싫은, 부끄러워야 할 시대'라고 단정 짓고 있다"며 "패전 직후 일본인들이 고민했던 부분들을 모두 부정하고 2차대전 이전으로 되돌아가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정부가 역사를 똑바로 마주하지 않은 채 '부끄러운 과거'를 그저 덮으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오에씨는 "이러한 '잘못된 이미지'를 타파하고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을 제대로 해야 새로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새롭고 올바른 상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인 이희호 여사가 직접 자신에게 초청 편지를 보냈다고 소개하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썼던 일본 월간지 '세카이(世界)'의 고(故) 야스에 료스케 전 편집장의 추도사를 낭독하기도 했다.
야스에씨는 1973년 8월 8일 발간된 세카이 잡지에 실린 '한국 민주화에의 길'이라는 기사에서 김 전 대통령과 대담한 인물이다. 잡지가 발간된 당일은 당시 일본으로 망명해 반독재 투쟁을 벌이던 김 전 대통령의 납치 사건이 벌어진 날이기도 하다.
김 전 대통령을 '한국의 정말 대단한 정치가'라고 표현한 오에씨는 "김 전 대통령을 뵀을 때 굉장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며 청중에게 일화를 소개했다.
앞서 이날 포럼 1부 '세계평화의 미래'에서는 2008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르티 아티사리(78) 핀란드 전 대통령이 기조연설자로 나서 "향후 국제평화와 분쟁 예방을 위해서는 빈곤 해결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아티사리 전 대통령은 또 "국제 환경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더이상 '국가'라는 개념만으로는 평화가 촉진될 수 없다"며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유엔과 각종 국제·지역적 기구들, 비정부 기관 등을 중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날 포럼은 '민주주의와 거버넌스의 미래', '중국의 미래'를 포함해 총 4개 주제로 진행됐으며 최영진 전 주미 대사와 크리스 리 연세대 교수, 판웨이 중국 베이징대 교수, 이홍구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토론 패널로 참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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