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법 시행령안 의결…입법예고안에서 후퇴
(세종=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이 시행되기도 전에 입법 과정에서 시행령안이 입법예고안에서 크게 후퇴해 법 취지가 퇴색됐다는 비판이 불가피하게 됐다.
시행령 입법예고 당시 논란이 됐던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학교의 영어 수업이 이번에 허용됐다.
법 위반을 연이어 했을 경우 가중 처벌하는 조항이 없어졌고, 고등학교 교사가 참여해 대학 입학전형의 선행교육 유발을 심의하는 대학 입학전형평가 심의위원회 설치 규정도 삭제됐다.
2일 교육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 시행령안'을 의결했다.
이번에 의결된 시행령안과 교육부가 지난 4월 발표한 입법예고안과 가장 큰 차이점은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방과후 학교 과정에 이 법의 적용을 배제한 규정(제17조)이다.
공교육 정상화 특별법은 정규교육 과정뿐 아니라 방과후 학교에도 적용돼 지난 4월 시행령안 입법예고 당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 교육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
현행 교육과정에서 영어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편성돼 있어 법이 시행되면 1∼2학년 방과후 학교의 영어교육이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방과후 학교의 사교육 경감 효과 등을 이유로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교육부는 '교과목 형태의 영어 수업은 안 되나 놀이나 노래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어정쩡한 형태로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번에 한 걸음 더 후퇴해 초등 1∼2학년 방과후 학교의 영어 교육에 법 적용을 하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보육의 성격이 강하고 사교육 증가 가능성이 있다는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일부 법 적용의 예외를 둠에 따라 스스로 법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일반 고등학교에서 방과후 과정의 예외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고는 방과후 과정을 통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준비를 위한 선행학습을 해왔는데, 공교육 특별법 시행으로 선행학습이 금지돼 자율형 사립고나 외국어고와 비교해 대입 준비에 불리하다는 불만이 제기돼왔다.
또 이번 시행령에는 법 위반에 따른 행정처분의 가중 처벌이 없어졌다.
예컨대 지난 4월 입법예고안에서 대학이 대학별 고사에서 선행교육을 유발한 내용을 출제해 시정명령을 받고도 이를 따르지 않았을 경우 제재안이 1차 불이행 시에는 입학정원 10% 내 모집정지와 1년간 재정지원사업 참가 제한, 2차 불이행 시에는 입학정원 10% 내 정원감축과 3년간 재정지원사업 참가 제한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의결된 시행령에서는 1, 2차로 나누지 않고 단순히 입학정원 10% 내에서 모집정지로 약화됐다.
대학별 고사 등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는 내용을 출제하거나 평가했는지를 감시하는 대학 입학전형평가 심의위원회 구성 조항도 삭제됐다.
입법예고안에서는 대학 입학관련 보직교수뿐 아니라 고등학교 교사, 교육과정·학습이론 등에 관한 전문가 등으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시행령에서는 선행학습 영향 평가를 실시하기 위한 '방법, 절차 등 필요한 사항을 학교규칙으로 정한다'라고만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