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원장님 수술준비 다 됐습니다"
경남 김해시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남자 간호조무사 B(48)씨는 수술준비가 다 되자 외래진료를 하고 있던 병원장 A(46)씨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연락을 받고 수술실에 들어온 병원장 A씨는 중요부위만 직접 수술을 한 뒤 수술실을 나갔고 나머지는 B씨가 마무리했다.
20년 이상 경력의 간호조무사 B씨는 2010년부터 병원장 A씨를 대신해 수술대에서 메스를 잡았다.
병원장 A씨가 수술실에 내려오기 전 무릎이 아픈 환자의 내시경 촬영을 위해 미리 무릎 부위에 구멍을 뚫어 놓는 등 수술준비는 물론, A씨가 수술실을 나가면 나머지 수술을 도맡아 했다.
B씨는 병원장 A씨가 없는 상태에서 간호사의 보조를 받아 무릎절개, 관절내시경 촬영, 연골제거, 수술부위 봉합 등을 했다.
티눈제거, 포경수술 등 간단한 수술도 했다.
간호조무사는 의사를 도와 간호 또는 진료보조만 할 수 있는데도 버젓이 의사면허를 가진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수술을 한 것이다.
이렇다 보니 B씨는 간호조무사인데도 병원 직원들로부터 '수술실 실장'으로 불릴 정도였다.
수술실 안에서는 모두 비슷한 수술복을 입고 있는데다 B씨가 남자여서 수술대에 누운 환자는 어느 누구도 B씨가 간호조무사인 것을 눈치 채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B씨는 2014년 3월까지 4년여 동안 무려 849차례나 무면허 의료행위를 했다고 경찰에 털어놨다.
병원장 A씨는 간호조무사 B씨가 한 수술기록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해 8억3천500만원의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타냈다.
B씨에게 수술을 맡긴 사이 병원장 A씨는 외래환자를 진료했다.
간단한 수술을 집도할 할 시간에 환자 여러 명을 진료하는 게 병원운영에 더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이 병원의 불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병원은 개원 즈음이던 2004년 12월 27일 김해시보건소로부터 90병상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의 병원과 바로 붙어 있는 5층짜리 근린생활시설 3∼5층에 60병상을 더 설치해 150병상을 운영했다.
무허가 병상에 입원환자를 더 수용하는 방식으로 A씨는 2010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입원비 46억5천200만원을 부당하게 수령했다.
A씨는 자신의 병원에 환자를 싣고 온 택시기사에게 환자의 입원일수에 따라 3만∼5만원씩을 주는 등 88차례에 걸쳐 405만원의 소개비를 건네기도 했다.
수년간 지속된 이 병원의 불법행위는 경찰이 보험사기 환자를 통칭하는 속칭 '나이롱 환자'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꼬리를 잡혔다.
2010년부터 올 3월까지 이 병원에서 같은 병명으로 입원한 환자 100여명이 개인별로 적게는 2천만원, 많게는 6천만원까지 40억원 가까운 보험금을 보험회사로부터 타 간 혐의를 수사하는 도중에 다른 비리까지 드러난 것이다.
경남 창원중부경찰서는 31일 병원장 A씨를 사기·의료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간호조무사 B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로부터 소개비를 받은 택시기사 2명도 의료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병원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간호조무사는 병원장이 시켜서 수술을 했다고 진술하는 등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