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경우이건 동기 없는 살인은 없다"-도르리 레인
아가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윌리엄 아이리쉬의 '환상의 여인'과 함께 세계 3대 추리소설로 꼽히는-누가 선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엘러리 퀸의 'Y의 비극'은 1932년 간행, 무려 80년이 훌쩍 지난 작품이다.
아마 여전히 미스터리 마니아들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추리소설의 비판법 10가지를 제대로 따져볼 수 있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 엘러리 퀸의 추리소설 10대 요소는 플롯, 서스펜스, 뜻밖의 해결, 해결의 분석, 문체, 성격 묘사, 무대, 살인 방법, 단서, 페어 플레이라고 한다.
'Y의 비극'은 뉴욕을 무대로 실종됐던 부호-엄밀히 말하자면 부호의 남편- 요크 해터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해터 집안의 사건속으로 뛰어들게 한다.
해터 집안을 구성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괴팍하다. 요크 해터의 부인이자 해터 집안에 존재하는 '악의 근원' 에밀리 해터. 그녀는 이 집안의 절대 권력자로 군림한다. 남편과 자식, 손자들까지도. 여류시인인 장녀 바바라 해터, 그녀는 '그나마' 정상적이다. 소설의 복선을 이끄는 주요한 등장인물로 역할한다. 장남인 콘래드 해터는 부잣집 망나니 아들이다. 차녀 지일 해터는 난잡한 사생활에 도무지 삶의 목표를 찾기 힘든 인물.
콘래드의 부인 마사 해터는 해터 집안의 피를 그대로 물려받은 13살 잭키와 아직까지는 천진난만한 말썽꾸러기 4살 빌리의 엄마다. 지독한 시어머니와 망나니 남편 등 비정상적인 해터 집안에서 점차 자포자기 상태로 변해가는 인물이다.
또 한 명의 중심인물 루이자 캠피온. 그녀는 에밀리와 전 남편에게서 난 딸로 촉각과 후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잃어버렸다. 그녀의 촉각과 후각을 토대로 해터 집안에서 발생한 두 차례의 독살 미수 사건, 에밀리 살해 사건, 화재와 폭발 등 사건을 풀어가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지나치게 세밀한 등장인물의 성격 묘사, 그리고 대사가 자칫 속도감을 떨어뜨리고 있지만 이 또한 논리적 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무서운 질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무서운 방법도 불가피하다"
"사태를 직시하고 긴급한 경우에 처했을 때에는 윤리문제 같은 것은 한때 잊어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도입부에 나오는 귀머거리 탐정 도르리 레인의 이 말은 마침내 'Y의 비극'에 이를 수밖에 없는 결말을 친절히 소개하는 가이드다. 'Y의 비극'에서 샘 경감, 브루노 지방검사와 함께 사건을 풀어가는 도르리 레인의 역할은 여느 추리소설과 차이가 있다. 단순히 사건을 해결하고 범인을 밝혀내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완벽히 사건을 구성하고 해석한 뒤 독자에게 범인에 대한 판결-윤리적 문제까지-을 맡기고 있다.
"떠날 때가 되었으니, 이제 각자의 길을 가자. 나는 죽기 위해서, 당신들은 살기 위해서, 어느 편이 더 좋은 지는 오직 신만이 알 뿐이다" 독배를 들기 전 유명한 철학자의 말처럼 그렇다.
해터 집안에 흐르는 '독혈', 그로 인한 비극적 결말. 'Y의 비극'은 추리소설의 모든 요소를 느낄 수 있는 고전이 아닌가 여기게 된다.
* 이런 분께 추천 : '미스터리 마니아'에게 적극 추천(이 책은 봤다고 얘기해야 마니아로 인정받을 것 같은 느낌)
Ki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