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두에서 하루벌어 하루사는 일용노동자의 길을 걷는 간타. 아니 그에게는 길이라는 것조차도 없다. 집세, 생활비 등은 생각의 가장 끄트머리에 치워진 채 그날 번 돈으로 술을 털어 넣고, 배고픔을 달래고, 담배를 사고, 성욕을 채운다. 그 다음날 일을 나갈까 말까 고민하지만 수중에 돈이 없다는 사실에 어쩔 수 없이 나선 그는 땀을 흘리고 일당을 받아쥐고 또 다시 어제를 반복한다.
주인공 간타는 어린 시절부터 극단적으로 친구가 적은 편이다. 부모를 닮아 성질이 급하고 격정적인 타입이라 사소한 일에도 화를 벌컥 내고, 특히 자신보다 약한 상대에게 간혹 포악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그래도 약간의 정상적인 면은 가졌지만 아버지의 성범죄 사실이 알려진 뒤로는 그나마 남아 있던 모든 접촉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혼한 어머니 아래서 성을 바꾸고 당연히 학교생활에도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간타. 단지 문학에 대한 희미한 희망을 안고 있지만, '어느 정도의 스펙'을 원하는 세상은 간타에게 주급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고역열차'는 결국에 낯익은 부두로 돌아오고야 마는 도저히 궤도 수정이 불가능할 만큼 빼도 박고 못하는 생활 속에 갇힌 간토의 이야기다.
간타는 부두에서 알게된 전문학교 학생 구사카베와 '친구'의 감정을 나누지만 그것도 결국 근본적인 면에서 인종이 다르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구사카베와 그의 여자친구는 타자에게 둘러싸여 보편적인 인생의 정석 코스를 거침없이 걸어가고, 자신은 이대로 일용노동자 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것.
"아무리 싫다 해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모든 것은 자업자득이니까" 간타의 자조는 위로가 되질 않는다.
간타의 옛친구가 된 구사카베는 '고작' 우체국에 취직하게 되지만 간타 자신은 여전히 그대로다. 다른 하역회사로 옮기기는 했으나 역시 하루벌이로 겨우 입에 풀칠하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 후지사와 세이조의 작품 복사물을 작업복 뒷주머니에 지니게 됐다는 실낱같은 희망의 징조 하나 변화가 있다. 그러나 아직 간타는 그냥 그대로 일용노동자다.
간타에게 이 세상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무미건조한 고역과도 같다.
소설은 저자 니시무라 겐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한다. "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 144회 아쿠타가와 상에 대한 작가의 수상소감이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저지른 범죄가 성범죄라는 사실을 처음 전해듣고 등교를 거부하면서 세상을 등을 돌렸고, 폭행 사건으로 두 차례 체포되기도 했다.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것, 한 달 벌어 한 달 사는 것, 일 년 벌어 일 년 사는 것. 나만의 희망이 없다면 모두가 고역열차를 타고 있는 것 아닌가.
* 이런 분께 추천 : 하루가 고된 분.
Ki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