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한가히 펼쳐들기에 좋은 장르로 미스터리 스릴러만한 게 있을까. 그러나 '신데렐라 카니발'의 여운은 섬뜩하고도 찜찜하다.
잘나가는 군인인 오빠와 고등교육을 받은 아버지를 둔 캐나다인 교환학생 제니퍼 메이슨은 셰어하우스에서 열린 파티가 끝난 뒤 처참히 살해된다. 돌아온 여성형사 율리아 뒤랑은 '죽음의 순간을 구원으로 느끼듯' 누워있는 피해자의 모습에서 심상치않은 사건임을 직감하게 된다. 제니퍼역시 마지막 순간 그녀의 성가신 몸뚱이가 영혼을 놓아 주는 것에 감사했음이 분명하다.
스스로가 납치, 강간 피해자인 율리아 뒤랑은 트라우마를 극복해가며 사건에 몰입한다. 뒤랑과 함께 프랑크 헬머라는 남녀 콤비 형사, 그리고 동료 형사들의 활약상이 펼쳐진다.
소설은 '스너프 필름'을 소재로 한다. 스너프 필름을 제작하고, 유통해 수익을 거두는 추악한 범인들을 쫓는 과정이다. 레드 제플린의 '천국으로 가는 계단(stairway to heaven)'이 사건과 함께 한다. 아직 가사에 대한 해석이 난해하다는 이 노래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헤매고 있는 사랑하는 여인을 지켜보며 아파하던 남자의 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무슨 감옥에서 찍은 허접쓰레기가 아니란 말씀이지... 멍청하게 카메라를 쳐다보면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동양여자도 아니고, 우리나 우리 애인들과 똑같이 생긴 서양여자라니까" 훈련캠프의 파티에서 스너프 필름을 꺼내며 동료가 던진 이 말은 또 한 명의 메이슨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소설 말미 스너프 필름의 구매자가 체포되는 장면은 거북하다. 신문 사회면에서 종종 발견되는 언짢은 군상 그대로다. 전혀 범죄자처럼 보이지 않는 마흔 일곱살의 인장 좋은 남자. 중산층 사업가이자 네 자녀를 둔 아버지다. 그는 변호사의 조언대로 어떤 진술도 거부한다.
'신데렐라 카니발'은 독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릴러 작가인 안드레아스 프란츠의 뒤랑시리즈 12번째 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미완성 유작이기도 하다. 프란츠의 열성팬인 다니엘 홀베가 나머지 절반을 완성시켰다는 사연을 갖고 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너무 친한 친구들'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넬레 노이하우스의 작품과 같이 많은 독일의 미스터리물이 프란츠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남녀 콤비의 등장, 개성있는 동료 형사들과 그들의 인간미를 이용한 이야기의 완급조절이 그렇다는 설명이다.
* 이런 분께 추천 : 독일식 미스터리 스릴러 마니아, 넬레 노이하우스를 경험한 분(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