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지정석 대신 공용석·회의장·협업장·개인공간 확충
"직장에서 내 책상이 사라지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 '쿼츠'는 21일(현지시간) 미국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직장에서 '직원들의 개인별 고정석'이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내 자리'가 사라지는 이유 대부분은 비용을 아끼자는 이유에서지만 최근 들어선 각 직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근무 형태가 크게 바뀌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탄력근무제, 현장근무 등 직장인들의 업무 형태가 고정석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동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 내에서도 협업, 그룹업무 등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등 각종 기기의 발달로 직장인들이 일터의 개인 책상에 묶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달라진 풍속도도 내 책상이 사라지는 이유다.
사무실 용품업체 테크니언의 제니퍼 버치 부사장은 "점차 많은 사람이 개인 책상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일하고 있다"면서 전통적인 직장 내 공간 배치 방식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상당수 일터에서 책상 등 공간 배치가 소규모 인원이 함께 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는 추세다.
아울러 개인 책상은 전통적인 '내 책상' 대신에 주변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장시간 통화할 수 있거나, 혼자서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새로운 '개인 공간'의 형태로 바뀌고 있다.
영국의 공영방송국 BBC의 런던 본사는 5천600명이 일하고 있지만, 사무실에 배치된 개인용 책상은 3천500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공간은 대부분 협업 등을 위한 새로운 방식으로 짜였다.
이런 세태 때문에 BBC방송의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자사의 공간 실태를 빗대어 '자리 뺐기' 농담이 나올 정도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 씨티그룹의 롱아일랜드시티 사무실에는 200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지만, 무려 150개의 책상은 주인이 없다. 이에 대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직장 내 일터와 공간을 최적화하려는 대표적인 실험 사례"라고 평가했다.
씨티그룹이 이처럼 공간 배치를 확 바꾼 것은 휴가, 병가, 출장, 탄력근무 등으로 대부분의 개인 지정석이 항상 비어 있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지정석이 없다고 해서 씨티그룹의 사무실 공간이 무정부 상태가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정석이 많이 줄어든 대신 직원용 탈의실이나 쉼터, 회의실, 방해받지 않고 쓸 수 있는 새로운 개인공간 등을 크게 확충한 덕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