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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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여기가 황천입니다" 
저승인 황천(黃泉)이 아니라 황천(黃川). 영락없이 거대한 호리병 안에 갇혀버린 느낌의 황천길에 들어선 '당신'이 소설 '황천기담'을 시작한다. 모텔 노다지, 황천주조장, 황천카페 등 누런색으로 덮인 작은 마을을 무대로 칠선녀주, 나비길, 황금귀, 월녀, 묘약 순으로 다섯 가지 이야기가 흘러 간다.
 
'커다란 술독을 홀로 부둥켜안고 백 년 동안 고독한 싸움을 이어온 집념의 여인들'-오떡례와 황금심, 황홍녀로 이어지는-의 명주를 향한 이야기는 기담이라기보다 일제 암흑기와 전쟁이라는 현실을 버텨내온 힘겨운 가족사의 느낌이다. 노다지 광풍을 중심으로 흥망을 거듭하면서 전설의 '칠선녀주'를 복원해내는 과정 한 가운데 '사람'이 있다.
 
묘약에 담긴 혼이란 대체 무엇인가요?
그건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아. 다만 느낄 수 있을 뿐이지.
그 혼은 어디서, 어떻게 얻을 수 있나요?
천. 지. 인. 첫째로 하늘이 너를 선택해주셔야 한다. 두번째, 땅이 너에게 좋은 물과 좋은 누룩 그리고 쫗은 꽃, 열매, 뿌리, 줄기를 허락해주셔야 해. 마지막으로 사람, 그것도 이 세상에서 오직 단 한 사람만의 도움이 필요하지. 그 모든 것 가운데 이 세번째가 가장  중요하단다. 칠선녀주의 '혼'은 다름아닌 그 사람에게서 비롯하기 때문이란다.
 
세상을 뜨기 전 금심이 딸 홍녀와 나눈 이야기에서도 '사람'이 중심이다.
 
작가는 이 소설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욕망'을 꼽았다. 스스로 욕망의 화신이 되거나, 욕망에 사로잡힌 타자들에 의해 괴물과 유령으로 변해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란 말이다.
 
황금귀(黃金鬼)편에서 그의 키워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삼십육 년째 남편을 기다리는 백화. 천년의 원수, 저주받은 전생의 업보인 그 인간. "두고 봐. 이 황천읍을 몽땅 사서, 잘난 네년의 손에다 쥐여줄테니" 삼십육 년 전 남편 황충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 황금에 대한 남편의 집착으로 인해 두 아이를 잃게 되는 사연에 이르면 인간의 헛된 욕망에 욕지기마저 나오게 한다.
 
"이제 모든 비밀은 풀렸어. 그리고 난 지상에 단 하나뿐인 '한사람'을 드디어 찾아냈어. 그 사람과 함께 묘약을 빚어낼 거야. 이 통 안에서, 우리들 사랑의 결실인 묘약을!"
 
마침내 홍녀가 되살려낸 칠선녀주의 다른 이름 '분홍주'의 묘약역시 바로 사람이었다. 사람. 그래, 이젠 모두 다 이루어진 거야. 여기 황천을 상상케 한다. 칠선녀주, 혹은 분홍주의 황홀함이 더욱 궁금하다.
 
* 이런 분께 추천 : 술이나 황금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분, 어둡고 눅눅하지만 사람 냄새가 나는 그곳의 이야기를 느끼고픈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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