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00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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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에서 온 박사들이라고? 그게 도대체 어디요?" 소설 '90000리'는 이 물음에서 시작했다. "별 하나가 우리를 이끌었습니다. 멀리, 아주 먼 동쪽 끝에서부터......" 동쪽 끝이라는 표현은 바로 우리 동이족(東夷族), 환인(桓因)의 자손이 살던 곳을 말한다.
 
구만리(九萬里)는 고조선의 서쪽 경계지역부터 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까지의 거리를 의미한다. 작가는 "중국 하북성 동쪽 갈석산 인근에서 베들레헴까지는 직선거리로 대략 7200㎞"라며 "옛날에 인간이 만약 두 발로 이 장정에 나섰다면 산 넘고 물 건너 길을 찾아 만들면서 가야만 했을 테니까 적어도 그 다섯 배 거리, 곧 3만6000㎞ 이상을 걸어야 했다. 리(里)라는 단위로 환산해보면 구만리 길"이라고 설명한다.
 
구만리는 물리적인 거리 외에도 아득하게 먼 거리를 비유적으로 이른다.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에서의 쓰임새가 그렇다. 약 4만㎞인 지구 한 바퀴와도 비슷한 거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옛말의 쓰임이 참으로 놀랍다.
 
그 구만리길 떨어진 홍익인간(弘益人間)의 땅에서 발견된 한 줄기 빛. 유대의 땅에 떨어진 그 빛을 따라 나중에야 '동방박사'라고 불릴 그들이 떠난 긴 여정을 그려냈다. 동이족을 막기 위한, 신탁을 저지하기 위한 세력과의 갈등이 구만리 곳곳에서 벌어진다.
 
이 소설은 우리의 '천민사상(天民思想)'과도 닿아있다. 이스라엘 민족이 신으로부터 선택된 '선민(選民)'이라는 사상이라면,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곧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민족 '천민(天民)'이다. 하늘의 나라로서 멸망이라는 고난을 겪어야 했던 동이족. 믿지 못할 현실을 극복하고 하늘의 땅을 되찾기 위한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작가가 엮어낸 고조선이라는 구슬, 홍익인간 구슬, 묵가 구슬, 우리 선조들의 신앙 구슬, 이성계가 세운 조선이라는 구슬과 함께 또 한 가지 이 소설에 사실적 흥미를 더해 주는 대목이 있다. 몽금척이라는 구슬, 하필 요셉이 목수였다는 구슬과 그가 늘 소지하고 다녔을 자(尺)이라는 구슬이다.
 
소설의 첫 장. 구만리 먼 동방에서 온 손님들을 위해 아이는 곱자(직각으로 꺾인 자)를 선물한다. 그렇지. 돌떡을 나눠준 접시마저 그냥 빈 채로 돌려보내는 일이 없는 우리 전통이라면 뭐라도 답례가 있었을 터다. 쇠붙이 곱자가 순식간에 누런 금척(金尺)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이면서 시작되는 '금척의 전설'이 소설의 재미를 더해 준다.
 
* 이런 분께 추천 : 기원전 1세기 펼쳐지는 로드 무비와 같은 책의 재미에 빠져보고 싶은 분, 소설 '단(丹)'의 향수를 가진 분, 폭 넓은 역사적 상상력을 필요한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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