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센서블뉴스) 또 뒷북이다. 당국은 큰 사고를 당한 뒤에야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안전 점검을 강화한다. '뒷북 행정'이 당국의 '매뉴얼'이 된 듯 한 현실이다. 강화도 한 캠핑장에서 누전으로 추정되는 불이 나 어린이 3명을 포함해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이 캠핑장은 당국에 '미(未) 신고 시설'이어서 전기시설 등에 대한 점검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캠핑 인구가 근래들어 급격하고 늘어나 300만명을 넘어서고 있지만 캠핑장 상당수가 안전 사각지대라고 한다. 그동안 캠핑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으나 종합적인 대책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당국에 대해, 비판을 넘어선 개탄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사회 각 부문에 대한 '안전 매뉴얼'을 다시한번 촘촘하게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강력하게 실천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대형 태풍이 접근해 큰 피해가 우려될 때 비상근무에 들어간다. 근무 방법은 사전에 정해 놓은 매뉴얼대로 한다. 부서별로 임무를 정해 놓고 부서 내에서도 직책에 따라 해야 할 일을 만들어 놓는다. 이 매뉴얼은 사건․사고의 크기에 따라 여러 종류로 작성될 수 있다. 기관에 따라서는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매뉴얼도 만들기도 한다.
사전에 정해 놓은 방식으로 순서대로 일처리를 할 때 매뉴얼대로 한다고 한다. 매뉴얼이 있으면 큰 사건이 발생할 때 실수를 줄일 수 있고 매끄럽게 일처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천, 수만 명이 희생되는 대형 쓰나미와 같이 상상을 초월하는 상황에서는 매뉴얼대로 대응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매뉴얼을 뛰어넘어 초비상 상황에 걸맞은 대처를 해야 하는 것이다.
일상을 매뉴얼대로 영위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의 유형별로 식당이나 주점을 고른다.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는 어떤 식당에서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지 미리 생각해 둔다. 우울할 땐 어떤 영화를 본다든지, 업무상 기분이 상할 땐 어떻게 푼다든지 하는 식으로 미리 안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매뉴얼’은 어떤 사안을 해명하거나 설명하기 애매할 때도 뽑아 들 수 있는 카드다. 예컨대 기업체나 공공기관 직원이 일처리를 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상부의 질책이 이어졌고 해명을 요구하면 “매뉴얼(원칙) 대로 처리를 했는데 일이 그렇게 됐다”고 변명하면서 빠져나간다. 어떤 사안에 구체적인 언급이 어려울 땐 상대에게 “매뉴얼대로 하시죠”라고 편리하게 말할 수 있다.<끝>